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아빠는 핸드폰 하면서 왜 나한테만 하지 말래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 순간 제가 느낀 당혹감이 초등 훈육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를 단번에 설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말대꾸가 달라지는 시점, 초등학교 입학어린아이의 반항과 초등학생의 말대꾸는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다섯 살짜리가 "싫어!"라고 소리치는 건 충동적 감정 표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달라집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 속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생각보다 훨씬 당황스럽습니다.이걸 발달심리학에서는 조망수용능력(perspective-taking)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조망수..
저도 처음엔 게임 시간만 줄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5살 무렵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 "1시간만 하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공식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된 지금, 그 공식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게임 시간 제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었고, 저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갈등 배경이 된 게임 —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그나마 통제가 됐습니다. 하루 1시간, 조금 크면 2시간 식으로 조금씩 늘려줬고, 숙제나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면 30분 추가라는 규칙도 잘 먹혔습니다. 생일에 게임 팩을 사주거나 성적이 오르면 선물로 주면서 게임을 '보상 시스템'으로 활용했는데, 한동안은 큰 충돌 없이 지나갔습니다.그런데..
"하지 마"를 백 번 말해도 아이가 바뀌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아들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을 겪으며 뼈저리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금지어가 아니라 대체 행동, 즉 "대신 이렇게 해봐"라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사회성 코칭 전문가들이 말하는 행동 지도의 핵심도 정확히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행동 지도의 핵심: "하지 마" 대신 "이렇게 해봐"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리를 이탈하거나 친구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질 때, 많은 부모와 교사가 제일 먼저 하는 말이 "하지 마"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아이가 뭘 '하지 않은' 상태를 포착해서 칭찬할 타이밍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반면 "물어보고 만지기", "선생님 부를 때 눈 보기"처럼 구체적인 대체 행동을 알..
아들을 키우면서 저도 한동안 "잘할 수 있어, 파이팅!"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 말이 아이에게 실제로 닿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자존감이란 말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경험이 쌓여야 만들어진다는 걸,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깨달았습니다. 효능감과 소속감 — 자존감의 정체자존감(self-esteem)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대로 들여다본 건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습니다. 받아쓰기 점수가 자꾸 떨어지고, 쉬는 시간에도 혼자 있는 날이 늘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매일 "괜찮아, 넌 잘할 수 있어"라고 말했지만, 아이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나중에야 알았는데, 자존감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나 자신에 대한 셀프 평가'입니다. 여기서 셀프 평가란 내가 ..
아동의 문제행동은 처음부터 크게 터지지 않습니다. 사소한 선 넘기가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구조입니다. 저도 이걸 몰랐습니다. 아들에게 체벌을 한 번 했고, 그 한 번이 관계를 얼마나 무너뜨리는지 직접 겪고 나서야 훈육에 대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문제행동: 왜 갑자기 터지는 것처럼 느껴질까아동행동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문제행동의 진화(problem behavior escalation)'입니다. 여기서 진화란 나쁜 방향으로의 발전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작은 일탈이 방치될수록 다음 단계의 더 큰 일탈로 이어진다는 원리입니다. 슬리퍼 가져다달라는 요구, 물 한 잔만 먹고 오면 안 되냐는 식의 사소한 요청이 반복되면서 어른이 계속 밀리다 보면, 결국 밀치거나 소리를 지..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던 날, 저는 컴퓨터 앞에서 자극적인 사진을 들여다보는 아이의 뒷모습을 마주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나온 말이 고작 "그런 거 보지 마!"였습니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이 그게 전부였던 겁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저도 같은 자리에서 헤맸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체 경계를 가르치는 것이 성교육의 출발점입니다성교육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느 날 각 잡고 앉아서 하는 특별한 대화를 떠올립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장 중요한 성교육은 훨씬 이른 시기, 아이가 다섯 살이 됐을 때부터 이미 일상 안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핵심은 신체 자율성(Bodily Autonomy)..